[용인특례시=사람과뉴스 안근학 기자] 대한민국 반도체 산업의 심장부로 떠오른 용인특례시의 수장 이상일 시장이 정치권과 행정부를 향해 정면 승부를 선언했다. 이 시장은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의 전력과 용수 공급을 둘러싼 논란을 종식시키기 위해 더불어민주당 안호영 국회의원과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을 상대로 ‘1 대 2 무제한 끝장 토론’을 전격 제안하고 나섰다.
이번 제안은 최근 정치권 일각에서 제기되는 ‘용인 반도체 생산라인(팹) 지방 이전론’과 정부 부처 내에서 감지되는 전력·용수 공급 차질 우려에 대해 시장으로서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명으로 풀이된다.
■ “용인 반도체 흔드는 지방이전론, 국가 신인도 추락 초래”
이상일 용인특례시장은 31일 공식 입장문을 통해 용인 반도체 국가산업단지(삼성전자)와 일반산업단지(SK하이닉스) 조성 프로젝트를 둘러싼 각종 정치적 공세를 조목조목 비판했다.
이 시장은 먼저 더불어민주당 안호영 의원이 주장해 온 ‘반도체 팹 새만금 등 지방 이전’ 주장을 정조준했다. 안 의원은 그간 국토 균형 발전 등을 근거로 용인에 집중된 반도체 투자의 일부를 전북 지역 등으로 분산해야 한다는 입장을 지속적으로 내비쳐 왔다.
이에 대해 이 시장은 “치열한 글로벌 반도체 패권 전쟁 속에서 한시가 급한 용인 반도체 프로젝트의 발목을 잡는 행위”라고 규정하며, “이러한 지방이전론은 투자를 결정한 기업들을 불안하게 만들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부의 정책 일관성을 훼손해 국제적 신인도까지 떨어뜨리고 있다”고 일갈했다.
■ 김성환 장관의 ‘지산지소(地産地消)’ 원칙과 전력 공급 차질 우려
이 시장의 비판 화살은 주무 부처인 기후에너지환경부 김성환 장관에게도 향했다. 김 장관은 과거 인터뷰를 통해 “용인에 필요한 15GW의 전력을 위해 꼭 그곳에 있어야 하는지 고민”이라며, 전기를 생산하는 곳에서 소비해야 한다는 ‘지산지소’ 원칙을 강조한 바 있다.
이 시장은 특히 정부가 마련한 ‘용인 첨단시스템반도체 국가산단 2단계 전력 공급계획’에 김 장관이 현재까지 서명을 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심각한 문제로 꼽았다. 이로 인해 삼성전자 등 투자 기업들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으며, 이는 곧 국가 전략 산업의 차질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다.
또한, 김 장관의 논리에 동조하는 환경단체들이 송전망 건설을 반대하며 시위를 벌이는 상황에 대해 이 시장은 “용인시민들과 기업 관계자들의 걱정이 태산과도 같다”며 현장의 절박한 분위기를 전달했다.
■ ‘4대강 보 해체’ 움직임, SK하이닉스 용수 공급에 ‘직격탄’
이번 토론 제안의 또 다른 핵심 쟁점은 ‘물’이다. 기후에너지환경부와 국립환경과학원이 최근 4대강 16개 보 해체 및 개방에 따른 수질 변화 연구용역을 발주한 것과 관련해, 이 시장은 여주보 해체 가능성에 강한 우려를 표명했다.
현재 용인 원삼면에 조성 중인 SK하이닉스 반도체 클러스터는 총 4기의 팹을 가동할 계획이며, 이 중 1, 2기 팹은 여주보의 물을 사용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이를 위해 하루 26만 5천 톤의 물을 취수해 36.9km의 관로를 통해 공급하는 공사가 올해 하반기 완공을 앞두고 있다.
이 시장은 “만약 여주보가 해체되거나 개방되어 물을 방류해 버린다면, SK하이닉스 팹의 정상 가동은 불가능해진다”며 “환경부의 이러한 움직임은 용인 반도체 프로젝트의 근간을 흔드는 위험한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 “1 대 2라도 좋다… 국민 앞에서 당당히 토론하자”
이상일 시장은 논란의 당사자인 안호영 의원과 김성환 장관을 향해 토론의 장으로 나올 것을 강력히 촉구했다. 그는 “안 의원의 지방이전론과 김 장관의 지산지소론이 진정으로 나라의 미래와 반도체 산업을 위한 것인지, 아니면 정치적 이해관계에 매몰된 주장인지 가려보자”며 “용인특례시민과 전북도민, 그리고 전 국민이 지켜보는 가운데 무제한 토론을 열자”고 제안했다.
특히 이 시장은 대통령의 책임론도 거론했다. 정부의 계획이 확고함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이 강력한 실행 의지를 대외적으로 천명하지 않아 지방이전론이 동력을 얻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 시장은 “대통령이 함구하고 있기에 소동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며 정부 내 정책 혼선을 조속히 정리할 것을 요구했다.
■ 지역 정가와 산업계의 반응: “터질 게 터졌다”
이 시장의 이번 제안에 대해 용인 지역사회와 반도체 업계는 대체로 환영하는 분위기다. 한 반도체 부품사 관계자는 “인프라 공급이 정치적 논리에 휘둘리면 수십조 원의 투자가 모래성이 될 수 있다”며 “시장이 직접 총대를 메고 토론을 제안한 것은 기업 입장에서 매우 고무적인 일”이라고 전했다.
용인시민들 역시 “용인의 미래 먹거리이자 대한민국의 핵심 자산인 반도체 산단이 지역 이기주의나 불확실한 환경 논리에 막혀서는 안 된다”며 이 시장의 행보에 힘을 보태고 있다.
반면, 토론 상대로 지목된 안호영 의원 측과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아직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그러나 국가적 관심사인 반도체 산업을 주제로 한 만큼, 토론 수용 여부에 따라 향후 정국에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 대한민국 반도체의 미래, 토론의 장에서 결정돼야
이상일 시장은 sns에 글을 맺으며 “자신이 있다면 토론을 피할 이유가 없다. 토론은 빠를수록 좋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번 무제한 토론 제안은 단순한 지역 자치단체장의 항의를 넘어, 대한민국 경제의 명운이 걸린 반도체 클러스터의 성공적 안착을 위한 ‘배수진’으로 읽힌다. 전력과 용수라는 반도체의 혈관을 끊으려는 움직임에 대해 이 시장이 던진 승부수가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국민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사람과뉴스=안근학 기자 기사제보 codaok@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