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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의기사] 메타버스(Metaverse) 타고 가실래요?
  • 오치훈 편집국장
  • 등록 2021-03-25 12:50:56
  • 수정 2021-03-25 13:0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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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메타버스는 ‘인터넷 다음 버전’, 이미 게임업계와 엔터테인먼트 중심으로 도입
  • 과기정통부 450억원 규모 ‘가상융합현실(XR) 확산 프로젝트’ 사업 공고 진행


메타버스 공간인 오아시스를 배경으로 한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

[사람과뉴스 = 오치훈 기자] 메타버스? 이 단어를 처음 들은 독자는 새로 나온 버스 종류로 생각할 수 도 있다. 메타버스는 초월을 뜻하는 ‘메타(meta)’와 현실 세계를 의미하는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로, 개인을 표현하는 아바타들이 놀이, 업무, 소비, 소통 등 소셜과 각종 활동을 할 수 있는 플랫폼을 일컫는다.

 메타버스(Metaverse)는 1992년 미국의 SF소설가 닐 스티븐슨(Neal Stephenson)의 소설 <스노 크래시(Snow Crash)〉에 등장했던 개념으로, 아바타를 통해 새로운 3D 공간에서 삶을 살아간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개념은 2003년 ‘세컨드 라이프(Second Life)’ 라는 게임을 통해 현실화 되었다. 게임 내에서 사용자들은 실제 세계에 살고 있는 것처럼 생산과 소비, 커뮤니티 활동을 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기술력 구현부족으로 사양길을 걷기도 했다.</p>

 우리나라에서도 싸이월드 미니홈피가 떠올랐다가 어느 순간 자취를 감추었다. 모바일과 소셜 플랫폼이 발달하면서, 가상 공간에서 커뮤니케이션을 할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2021년 5월 중 서비스를 재개 예정이며 현 시대에 맞는 싸이월드의 모바일 서비스 또한 새로 시작할 것이라고 알려졌다.

 이미 잊혀진 개념이라고 생각했던 메타버스가 다시 등장한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큰 요인은 ‘기술의 발전’이다. 가상 현실, 증강 현실의 기술이 발달하면서 이제는 특정 가상의 공간에서도 무리 없이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부캐(부캐릭터)나 세계관 개념, 가상 세계에 익숙한 MZ 세대의 등장, 코로나 이슈가 겹치면서 언택트 공간에서도 사람들이 교류할 수 있는 ‘메타버스’가 급물살을 타게 되었다. 

 메타버스는 먼 미래처럼 느껴지지만 이미 게임 업계와 엔터테인먼트를 중심으로 도입되기 시작했다. 게임 포트나이트 안에서 접속자 다수가 함께 어울려 놀 수 있는 3D 가상 공간 ‘파티로얄’. 지난해 9월 방탄소년단(BTS)이 신곡 ‘다이너마이트’ 안무를 처음 공개해 온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네이버제트 AR 아바타 플랫폼 ‘제페토’. 지난해 9월 블랙핑크가 연 버츄얼 팬사인회에는 5000만 명이 몰렸다. 블랙핑크와 셀레나 고메즈의 3D 아바타로 꾸며진 아이스 크림(Ice Cream) 댄스 퍼포먼스 비디오 역시 큰 호평을 받았다.

미국 유명 게임 '포트나이트'에서 한 플레이어가 자신의 아바타를 조작해 방탄소년단 뮤직비디오에 맞춰 춤을 추고 있는 모습 [이미지출처=트위터]

 메타버스는 ‘인터넷 다음 버전’으로 꼽힐 만큼 외연이 급격하게 넓어지고 있다. 지난 1월 네이버 신입 사원 191명이 제페토에서 각자 아바타로 접속해 각종 미션을 수행하는 신입 사원 연수에 참여하고, SKT가 순천향대와 협력해 메타버스 공간에서 2021년 신입생 2500명의 입학식을 치른 게 대표적인 예다. 어느 틈에 모바일이 우리의 일상을 바꿔놓았듯 메타버스도 우리의 일상에 자연스럽게 스며들고 있다.

지난 2일 순천향대가 SK텔레콤의 메타버스 플랫폼인 '점프VR'을 통해 가상세계 공간에서 신입생 입학식을 개최하는 모습

 실제 공간 위에 가상 정보를 겹쳐 영상 하나로 보여주는 증강현실, 현실과 비슷하게 만들어진 가상현실(VR), 두 기술을 접목한 혼합현실(MR)과 더불어 확장현실(XR)까지. 이러한 디지털 세계를 하나로 아우르는 메타버스를 실현하려는 움직임이 민관을 가리지 않고 숨 가쁘게 진행되고 있다.


 메타버스를 앞당기려는 정부의 움직임에도 속도가 붙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는 모두 450억원 규모의 2021년도 ‘가상융합현실(XR) 확산 프로젝트’ 사업 공고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산업·공공 현장에 확장현실을 적용하거나 확장현실 콘텐츠를 개발하는 곳에 지원하는 방식이다. 올해에는 확장현실을 기반으로 한 소방 안전관리자용 화재 대응 향상 시스템이나 공군 통합교육훈련 시스템 등에 지원을 늘릴 계획이다. 이 밖에도 코로나19로 인한 우울증을 확장현실로 완화하는 디지털 치료제나 증강현실을 기반으로 한 내비게이션 등의 개발도 지원한다.

 앞으로 메타버스의 시장 전망도 밝다. 영국의 시장조사업체 리서치앤드마켓은 증강·가상현실 기술 관련 시장이 2026년까지 한 해 평균 23.3% 증가해 77억6000만달러(약 8조9천억원)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로블록스, 팬데믹에 인기 급상승

로블록스 게임이미지

 레고를 닮은 앙증맞은 캐릭터가 돋보이는 플랫폼 ‘로블록스’. 로블록스는 플레이어가 자신만의 캐릭터를 만든 후 가상세계 속에서 다른 플레이어들과 교류하는 게임이다. 이곳에서 플레이어들은 친구들과 가상의 테마파크 방문, 콘서트 관람, 타 플레이어가 제작한 게임 플레이, 반려동물 양육 등 다양한 일상 생활을 영위할 수 있다. 로블록스의 데이빗 바스주키 최고경영자(CEO)는 "어떻게 전 세계 사람들을 서로 연결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대한 해답이 바로 로블록스"라고 설명했다.

 로블록스의 첫 출발은 순탄치 않았다. 2004년 '로블록스 코퍼레이션'이 설립된 이후 2006년 처음으로 로블록스 PC판 게임을 출시하며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후 2012년에는 아이폰 전용 버전으로도 출시해 모바일 시장에도 진출하는 등 플랫폼 다각화에 나섰지만 플레이어는 늘지 않고 적자가 이어지면서 회사 존폐 위기가 꾸준히 제기됐다. 일각에서 "길을 잃어버린 게임"이라는 비판을 받을 정도로 게임의 전망이 어두워지던 와중에 게임을 기적적으로 살려낸 계기는 바로 코로나19 대유행이었다.

 지난해 미국 내 수많은 초등학생들이 코로나19로 인해 등교하지 못하게 되자 집에 머무는 아이들이 다른 아이들과 소통할 수 있는 통로로 로블록스가 활용되기 시작했다. 지난 12월 31일 기준 일일 평균 접속자 수는 전년 대비 85% 급증한 3520만명을 기록했으며 로블록스사에 따르면 미국의 12세 이하 아동중 75%가 최소 한 번은 로블록스를 플레이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매출액은 전년 대비 82% 오른 9억2400만달러를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로블록스를 계기로 메타버스 산업이 성장하려면 수익을 추구할 수 있는 경로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벤처비트는 "로블록스도 현재 수익성 강화를 위해 유료 구독 서비스 출시, 뮤직 이벤트 개최를 준비하고 있다"며 "또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디지털자산의 일종인 NFT(대체불가토큰)를 활용해 메타버스 공간에서 물물교환 서비스를 제공하고 거기서 거래 수수료를 받는 등 다양한 수익 통로를 확보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가상 공간을 활용한 마케팅 

 패션 등 쇼핑 업체들도 가상 공간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일찍부터 구찌나 루이비통, 샤넬 등 명품 브랜드에서는 모바일 게임이나 아케이드 게임을 활용해 MZ 세대 맞는 마케팅을 펼쳐왔다. 이 현상이 가상 공간으로 자연스럽게 옮겨지고 있다. 마크 제이콥스와 발렌티노는 현실과 동일한 시즌 의상을 닌텐도의 가상현실 게임 ‘동물의 숲’에 출시했다. 구찌는 스포츠 게임인 ‘테니스 클래시’에 구찌 상품을 출시했을 뿐만 아니라 ‘구찌 오픈’이라는 테니스 게임도 개최하기도 했다. 

'모여봐요 동물의 숲’에  출시된 발렌티노 제품

 이밖에 나이키, 컨버스, 디즈니가 네이버 가상현실 플랫폼인 제페토에 입점했고, 패션쇼를 가상 공간에서 하는 사례도 등장했다. 라이브 커머스가 트렌드인 쇼핑 업계에서도 가상 공간을 활용한 다양한 제품 판매가 이뤄질 것으로 예측된다. 이외에도 식품, 여행 등 산업 전반에서 가상 공간을 활용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산업 현장에서의 가상 공간 

 산업 현장에도 가상 현실이 사용되었다. 국내에서도 현대, 기아, LG화학, 한화토탈 등의 기업이 제품 개발이나 산업 현장에 가상 기술을 도입하고 있다.

가상 공간에서 설계품질을 검증하는 과정

 특히 현대·기아차는 ‘버추얼 개발 프로세스’를 적용해 신차를 개발하는 과정을 공개하기도 했다. 디지털 데이터를 바탕으로 가상 환경을 구축하고, 가상 환경에서 제품을 개발하거나 설계 과정을 검증하는 데도 활용했다고 전한다. 

가상공간에 블록체인이 들어온다면? 

 소셜과 가상세계, 협업과 가상세계가 연결되었던 것처럼 새로운 기술의 조합이 나타나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블록체인 기반의 게임인 ‘디센트럴랜드(Decentraland)’가 있다. 이 게임은 가상 현실에서 이뤄지지만, 블록체인 기반의 사상이 접목되어 있다. 예를 들어 모든 사용자들은 분산된 플랫폼을 공유한다. 사용자들은 이 세계 내에서 자율적으로 디지털 자산을 거래하고, 커뮤니티 회의를 통해 의사결정을 할 수 있다. 거래 내역과 토지 소유권은 블록체인으로 기록되어 위변조가 불가능하다. 블록체인의 탈중앙성이라는 특징 때문에 게임 제작사가 개발을 주도하지 않고, 다양한 개발자가 콘텐츠를 만들어 게임을 확장시켜나갈 수 있다. 토지 거래뿐만 아니라 소셜 활동과 콘텐츠 생산을 통해 수익을 창출한다는 점도 특징이다.

 상상하는 모든 게 이뤄질 수 있는 메타버스 공간인 오아시스를 배경으로 한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2018)의 시대적 배경은 2045년이었다. 대면 접촉이 힘들어진 코로나19의 시대를 맞아 비대면에 더욱 많은 사람들이 익숙해지면서 영화가 현실로 이루어질 날이 가속화될 전망이다. 

사람과뉴스 = 오치훈 기자 = metainzi@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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